국제신학대학원대학교 부총장/ 김재성 조직신학교수

칼빈의 인간론, 특히 인간의 본성에 관련된 내용에는 두 가지 내용에 대해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 인간본성의 전적인 부패라는 용어를 사용하지만,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사용해야할 용어이다. 이 전적부패라는 용어는 본성상 하나님을 향한 어떤 사랑도 인간의 삶의 동기적 원리로 존재하지도 않고, 작동하지도 않는다는 말이다. 전적 부패한 양심은 마비되어서 하나님의 뜻을 분별할 수 없다는 말로 오해해서는 안된다.

칼빈은 전적 부패에 대해서 강조하며서도, 모든 사람에게 주어진 일반은총을 역설했다. 전적부패를 말하면서, 사람은 자신에게 주어진 것을 가지고 얼마든지 이웃과 문화와 국가를 위해서 선하게 살아갈 수 있다. 칼빈은 아담에게 주어진 하나님의 형상이 지워졌으나, 완전히 상실되거나 파괴되지는 않았다고 보았다. 이것은 재세례파의 급진주의적인 문화파괴에 대해서 칼빈의 강력한 반론에 담긴 논쟁에 잘 표현되어 있다. 칼빈은 이방인들이 과학과 예술, 의학과 철학, 법학과 정치학 등 여러 분야에서 진보를 보이는 것은 성령의 일반은총이라고 보았다.

“비록 인간에게 주신 형상이 그 완전한 상태로부터 타락하고 왜곡되어 있기는 하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하나님의 놀라운 선물들로 옷입고 장식되어 있다.”

이것은 하나님이 훼손된 인간의 본성 안에 아주 놀라운 선물들을 많이 남겨두셨기 때문이라고 칼빈은 강조하였다.

칼빈은 인간이 타락하여 의지의 자유를 빼앗긴 이후에도, 여전히 자연적인 능력을 갖고 있으며, 하나님은 이것을 활용하여서 하나님의 뜻을 이루어나가신다는 점에 주목했다. 하나님의 형상을 가지고 태어나는 모든 인간들에게는 보편적으로 탁월한 은사들을 성령님께서 내려 주셨다.

우리는 세속 저술가들에게서 이런 문제들을 접할 때마다, 그들 속에서 비치는 진리의 환한 빛을 보면서, 비록 타락하여 그 온전함에서 부패해 있는 상태이긴 하지만 그래도 사람의 지성이 과연 하나님의 탁월한 은사들로 아름답게 장식되어있다는 것을 배워야 할 것이다....인간 본성이 그 참된 선을 빼앗긴 이후에도 주께서는 정말로 많은 은사들을 그 본성 속에 남겨두셨다.

아담의 타락으로 인해서, 인간에게 주신 도덕적 능력은 죄의 영향으로 인해서 부패하고 말았다. 인간의 조건 속에는 부패한 본성이 자리잡고 있다. 칼빈은 어거스틴의 설명에 전적으로 동의하였다.

“타락 이후로 모든 값없는 은사들이 사람에게서 사라졌고, 남아있는 자연적 은사들도 부패한 상태에 있다는 어거스틴의 가르침은 정말로 옳은 것이다.”

그 이유는 하나님이 주시는 은사들은 더러워질 수 없으나, “부패한 사람에게는 이 은사들이 더 이상 순결하지 못하게 되었다.” 이제는 하나님이 주신 은사들이 칭송을 받지 못하고 말았다.

“하나님이 보시기에는 불안정하고 덧없는 것에 불과하다는 말을 덧붙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여기서, 칼빈은 “신적인 감각”(sensus divinitatis)이 주어져 있다는 강조점에 주목하게 된다. 인간에게는 “영원을 사모하는 마음”(전 3:11)이 있는데, 이는 결코 말살시킬 수 없도록 인간의 마음에 각인되어져 있다고 지적했다. “인간의 마음 속에 본능적으로 신에 대한 지각이 존재한다는 것을 우리는 논란의 여지가 없는 사실로 받아들인다.”

우상숭배하는 자들이나 미신을 따르는 자들이나 각종 종교에 유혹되어 있는 사람들을 보면, 비록 타락한 인간의 마음이라 하더라도 그 속에는 영원을 사모하는 일반적인 계시가 들어있다는 증거를 발견할 수 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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