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신학대학원대학교 부총장/ 김재성 조직신학교수

우리가 교황의 신부들에게 저항할 때에, 우리는 하나님의 언약에 저촉되는 행동을 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항상 머물러 있어야하고, 오랫동안 지켜져야만 하는 교회의 질서로부터 떠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는 말씀을 선포하고 목회적 진분을 왜곡시킨 사람의 사악함에 대해서 정죄하려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그 사람들을 추궁해서, 참된 질서를 회복하려고 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담대하게 교황권 전체를 파괴하려고 한다. 우리는 참된 교리를 약화 시키지 않는다는 확신으로 충만하다.... 참으로, 교회의 질서, 진리의 선포, 그리고 목회자들의 진정한 존엄성은 교회가 신성모독으로 더렵힌 것들을 깨끗하게 만들지 않는 한 한 결코 세워질 수 없다.

3) 고난당하는 자들을 위한 간청

칼빈의 『기독교 강요』에서 매우 인상 깊은 구절을 지적하고자 한다. 그는 이 책의 내용을 다섯 번이나 추가하면서, 고난과 인내 속에서 신학적인 사색과 성경해석의 새로운 기원을 성취하였다. 그는 인문주의 법률학자에서 회심한 이후, 신학적인 성숙과 학문이 깊이지면서 더욱 더 정교하게 정리된 『기독교강요』를 발표하였다. 1536년부터 1559년까지 다섯 번 증보되었는데, 서문은 1539년에 약간 수정한 채로 최종판에까지 남아 있음에 주목하게 된다. 헌사를 받은 프랑스 국왕 프랑소와 1세(1515-1547)가 사망한 지 12년 후에 발간된 최종판에서도 이 왕께 바치는 청원서는 그냥 그대로 책의 서문으로 남아있었다다는 사실이 매우 주목되는 부분이다. 

초판의 머리에 등장하는 헌정사는 1534년 8월에 쓴 것인데, 여기에 나오는 연단과 고통이 참교회의 특징이라는 주장이 담긴 서문은 결코 마지막 판까지 전혀 수정하지 않았다. 칼빈은 여기서 박해받은 개신교들을 위한 탄원과 변호에서, 특히 로마가톨릭을 떠나서 종교개혁에 가담한 자들을 가혹하게 핍박할 것이 아니라, 국왕께서 직접 진정한 성도들과 재세례파 급진주의자들을 비교하여 보라고 청원하였다. 1535년 여름 무렵에 뮌스터의 재세례파 수천명이 살해당하고 종결되었던 비극이 유럽을 긴장시키고 있었는데, 이런 공포와 두려움이 팽배하던 그 당시 시대적 분위기가 그대로 이 서문에 담겨있는 것이다.

칼빈은 하나님을 알고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것이 기독교의 본질이라고 지적하고, 그런 삶에는 연단과 고난을 당하는 것이 참된 교회의 모습이라고 주장하였다. 칼빈주의자들에 대한 고난과 박해는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과 저지대 국가들에서 두드러졌고, 신성로마 제국이라고 자부하던 유럽의 각처에서 정치적이며 군사적인 분야에서도 점차 확산되었다. 종교개혁자들의 중요한 신앙적 유산이자 특징적인 신앙생활의 모델은 고난당하는 교회의 모습이었고, 이는 초대교회로부터 계승되어졌으니 특히 순교자의 피는 교회를 위한 씨앗이라는 터툴리안의 교훈이 회자되었다. 칼빈이 국왕에게 보내는 호소문 속에 마지막 부분은 매우 강렬하다.

가련한 교회는 잔인한 살육에 의해 피폐되거나, 혹은 추방을 당해 유배 중에 있거나, 혹은 협박과 공갈에 압도당하여 감히 입도 열지 못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경건한 자들은 광분해서 이미 기울어가고 있는 벽을 강타하고 그들이 악착같이 추구하고 있는 박멸운동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우리 자신에게로 모든 영광을 돌릴 기회를 제거하고, 하나님만이 홀로 영광스럽게 부각되며 우리는 그분 안에서 기뻐하고 있는 것보다 믿음에 더 부합되는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위에 인용한 청원서에서는 호소와 변호에 최선을 다하고자 노력했다고 할 수 있다면, 실제 그가 살면서 영향을 발휘하던 제네바에서는 훗날까지 지속된 칼빈의 관심사항 중에 하나는 인간의 모든 행동과 삶에서 모든 초점을 하나님께 영광을 돌려야만 한다는 성경의 가르침을 확고히 제네바에서 정착시키고자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칼빈은 다시 돌아온 후에 시의회에 “교회법령집”을 청원하여 당회를 확고하게 시정부로부터 독립적인 기관으로 세웠다. 칼빈은 당회장으로서 도시 전체가 하나님을 섬기는 일을 위해서 세례를 받고, 성례를 집행하며, 건전한 윤리생활과 교육을 받는 일을 집행하는 중요한 기관을 지도하였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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