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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울 ןמעפ

기사승인 2020.11.12  12:3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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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 28:33-34; 39:24-26

   

한신대 구약학 김창주 교수

제사장의 예복 중에서 방울은 유치한 듯 눈에 띈다. 에봇 아랫단 가장자리에 수놓은 석류와 함께 번갈아 달려있다. 아론을 위한 ‘영화롭고 아름답게’ 지은 거룩한 의복에 방울을 달다니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유대교 전승에 의하면 방울이 12, 24, 36 개, 심지어 360 개라는 주장도 있으나 확인할 수 없다.<Cornelis Houtman, "On the Pomegranates and the Golden Bells of the High Priest's Mantle," Vetus Testamentum 40.2 (1990): 223-29.> 해당 구절은 방울의 숫자나 모양에 관해 침묵하니 더 묻는 것은 곤란하다. 자연히 제사장 예복에 달린 방울의 역할에 주목하게 된다. 더구나 방울이 청색 자색 홍색 실로 자수(刺繡)한 석류와 달리 실물로 장식된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방울(ןמעפ)은 ‘치다, 때리다’는 파암(םעפ)에서 비롯되었다고 보면 마찰이나 타격으로 소리를 내는 타악기(percussion) 종류로 분류할 수 있다. 제사장이 지성소에 들고날 때마다 딸랑거리는 장치다. 제사장이 성소와 지성소를 오가며 제의를 집행하는 것은 오랜 훈련과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는 의식이다. 특히 지성소를 드나들 때 제사장의 긴장은 더욱 고조된다. 따라서 방울소리는 35절에 언급된 바와 같이 제사장의 움직임을 통해서 그의 생존을 알리는 일종의 신호인 셈이다. 방울소리는 제사장이 의례를 집례하는 동안 성소의 사제와 레위인에게 들린다. 따라서 방울이 지속적으로 울린다면 지성소 밖의 사제들은 제사장이 임무를 차질 없이 수행하고 있다고 여긴다. 외경 <집회서>는 제사장의 방울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묘사한다. “어깨걸이 술에는 석류와 금방울을 많이 달아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성전 안에 울려서 당신 백성의 자녀들로 하여금 그 소리를 듣고 깨우치게 하셨다.”<공동번역 45장 9절>

제의용 방울은 고대 가나안을 비롯하여 시베리아 무당, 라틴 아메리카 원주민 등이 활용한 것으로 세계 도처에서 발견된다. 방울이나 호루라기 또는 짝짝이 등 소음을 내는 기구들은 액막이(apotropaic) 제의와 관련된다. 주로 산당의 입구나 문지방 등에 떠돌아다니는 악한 영을 쫓아낸다고 여겼다. 가나안 전통 신앙에 따르면 사당 주변이나 현관은 귀신들이나 악마가 자리한 곳이다. 아스돗의 다곤 신전 문지방을 밟지 않는 이유다(삼상 5:5). 방울 소리가 주위를 환기시켜서 나쁜 기운을 몰아낸 후에 안전하게 예배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다고 믿은 것이다. 그리하여 교부 요한 크리소스톰은 제의용 방울을 목이나 팔목에 매고 다닐 것을 권고한 바 있다.

고대 신앙인들은 방울소리에서 자연현상의 천둥을 연상했고 곧 악한 영을 쫓아내는 동시에 두려움을 갖게 한다고 보았다. 방울 소리는 손으로 만지거나 눈으로 볼 수 없으며 오직 청각으로 인식할 뿐이다. 이렇듯 물리적 실체를 확인하기 힘든 소리를 이스라엘의 제의에 포함시킨 것은 상징성 때문이다. 곧 이스라엘은 방울에서 자연현상이 아니라 야웨 하나님 경외라는 제의의 상징을 이끌어낸 것이다. 따라서 제사장이 지성소를 넘나들 때 사제와 회중들은 방울소리를 들으면서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임재를 확인하며 그 의식에 참여하게 된다.

제사장의 예복에 달린 방울의 기능은 다음 세 가지로 정리된다. 첫째는 주술적 기능으로 악귀나 나쁜 영을 배제시킨다. 둘째로 상징적 의미로 딸랑거리는 소리는 육안으로 볼 수 없는 하나님의 현존을 제의적으로 구현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참여자들의 집중력을 유도하는 장치다. 제사장의 방울이 인근 민족들의 액막이 신앙과 흡사한 점이 있으나 이스라엘은 미신적 요소를 최소화 하고 상징성을 강화하여 제의에 포함시켰다.<Jonathan L. Friedmann, "The Magical Sound of Priestly Bells," JBQ 46 (2018): 41-46.> 방울 ‘파아모님’은 그 자체가 신성한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제사장의 ‘거룩한 옷’에 장식되어 그가 지성소를 넘나들 때마다 울리는 소리는 신성한 음성이 되어 회중에게 전달된다.<45> 제사장의 방울은 들을 수 없고 볼 수 없는 하나님을 대상화한 신학적 고안이다. 요세푸스는 이점에서 제사장의 방울을 ‘아름다운 발명품’이라고 찬사를 보낸다.<Antiquities iii 7.4.> 지금은 방울이 종탑에 갇혀 있거나 예배의 시작을 알리는 소품으로 전락하였다.

김창주 교수 webmaster@kidokline.com

<저작권자 © 기독라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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