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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그네 םירג (출 22:21)

기사승인 2021.04.06  13:2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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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신대 구약학 김창주 교수

“나그네를 압제하지 말라”는 약자 보호법의 맨 앞에 언급된다(21-27절). 그 이유는 역지사지로 보면 명쾌하다. 이스라엘이 이집트에서 나그네로 억압을 받았다. 언약법에서 나그네 억압 금지 명령은 다면적인 함의가 들어있다. 곧 그들의 불안한 신분 때문에 법적, 사회적, 경제적, 그리고 심리적으로 불이익을 받거나 손쉬운 착취의 대상이 된다. 출애굽기의 ‘나그네’(רג)를 비롯하여 구약성서에 외국인은 이방 사람(네가르), 거류인(토샤브), 타국 품꾼(샤키르), 본토인(에스라)’ 등 다양한 형태로 나온다.

① 게르: 대표적인 나그네, 또는 외국인이다. 주로 장기간 체류하는 합법적인 거주자들이다. 이스라엘은 이집트의 게르였다(출 22:21; 23:29). 한글번역은 이주자, 이방인, 장기 체류자, 나그네(시 119:19) 등 여러 가지로 옮겼다. 게르의 권리와 지위는 아래 거주자들보다는 안정적이었다. 예컨대 게르는 안식일에 휴식할 수 있으며(출 20:10; 23:12), 이스라엘의 절기에 참여할 의무도 있고(출 12:19; 레 17:8), 동일한 특권을 누릴 수도 있었다(신 16:11; 레 25:47). 게르가 이스라엘에 머무는 것은 법적 권리로서 제사 음식에 대한 불허 외에는(신 14:21) 책임과 의무에 있어서 내국인과 거의 같다. 개종자(proselyte)를 가리킬 수도 있다(대하 30:25). 출애굽과 관련지어 탈출 당시 이집트인들도 포함되었고 이스라엘에게 우호적인 다른 나라 사람들도 해당된다(사 56:3). 타국인, 또는 낯선 사람으로 번역하여 거리감을 부각시킨다(민 35:15).

② 네카르: 엄격하게는 ‘벤 네카르’이며 사업이나 여행처럼 단기간 방문하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개념이다(신 14:21). 이 낱말은 보통 이방인으로 번역되어 유월절 식사나 성소에 들어올 수 없는 사람들로 분류되고(겔 44:9) 포로 귀환 이후에 느헤미야가 벌인 개혁의 대상이 되기도 하였다(느 9:2). 일반적인 외국인을 지칭할 때 네카르가 빈번하게 쓰이고(출 21:8; 왕상 8:43), 이방 신을 언급할 때도 활용되었다(창 35:2,4; 신 31:16).

③ 토샤브: 히브리어 토샤브가 주로 ‘우거’(寓居), ‘우거하는 자’로 옮겨졌다. 이 때 ‘우거’는 얼른 알아차리기 힘든 한자말이다. 남의 집이나 타향에서 잠시 머문다는 뜻이다. 아브라함이 헤브론에 머물 때 ‘나는 나그네요 거류하는 자’라며 사라의 매장지를 물색한다. 여기에 쓰인 낱말이 ‘게르와 토샤브’다. 굳이 구별하자면 토샤브는 뒤에 앞의 게르보다 거주기간이 짧은 경우이며 그의 식솔들까지 포함된다. 동거인, 임시 거주자 등으로 번역되기도 한다(레 25:47). 시편 시인은 떠돌이처럼 정처 없지만 주님과 함께 하니 그의 하소연을 들어주십사 아뢴다(시 39:19).

④ 샤키르: 샤키르는 본래 고용된 인력을 가리키는 전문 용어다. 출애굽기 12장 45절에 ‘타국 품꾼’은 적절한 번역이다. 요즘으로 치면 정확히 이주 노동자다. 샤키르가 꼭 외국인이라고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으나 품꾼에 대한 부정적 인상은 강하게 남는다(렘 46:21). 그럼에도 품꾼에 대한 처우는 엄격하며(신 15:18) 그들을 학대하는 것은 언약법 위반이다(신 24:14; 레 19:13; 욥 7:1,2).

⑤ 에즈라: 본토인(native)으로 번역된 ‘에즈라’가 이스라엘 또는 히브리인을 지칭하는지 분명하지 않다. 다만 본토인은 게르와 대립되는 개념으로 쓰인다(출 12:19, 48; 민 15:29; 겔 47:22). 그렇다면 에즈라는 최소한 출애굽 당시에 사용되던 용어로 보기는 어렵다. 이스라엘이 가나안 진입한 후 주인 의식을 갖고 ‘본토인’을 쓴 것으로 보인다. 에즈라는 이스라엘의 삶과 신앙에서 다수를 구성하는 대표적인 계층이다. 그에 미치지 못한 경우를 이방인, 거류자, 나그네, 품꾼 등으로 구별하였다.

역사적으로 어느 사회나 나그네, 고아, 과부에 대한 보호와 배려는 중요한 덕목이었다. 동양에는 홀아비를 포함시킨다. 네 부류의 궁벽한 백성을 뜻하는 사궁민(四窮民)이다. 구약의 주요 배경인 사막과 광야에서 환대는 유목 사회에서 계승되는 오랜 관습이며 상생의 전통이다. 십계명을 통하여 하나님과 이스라엘의 관계를 정립한 이후 이스라엘은 공동체가 피할 수 없는 이방인들과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자비와 정의와 의의 율법을 익히 알고 있었다. 언약법의 어조는 단호하다. “나그네를 압제하지 말고 학대하지 말라.” 왜냐하면 그들이 부르짖으면 하나님은 반드시 그들의 울부짖음을 들으실 것이기 때문이다(23절; 말 3:5 참조하라).

김창주 교수 webmaster@kidokline.com

<저작권자 © 기독라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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