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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 ךשׁנ (출 22:25)

기사승인 2021.04.25  12:4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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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신대 구약학 김창주 교수

언약책(출 24:7)은 하나님과 이스라엘의 계약한 내용을 가리킨다. 이스라엘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한 기본적인 계율들이 포함되어 있다. 그 중에 약자보호법과 이자 금지법이 눈에 띈다. 사회복지는 모든 공동체가 함께 나눠야할 책임과 의무라지만 이자 금지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언약책은 동족에 한정된 경우나 돈을 빌려주면 이자를 받지 말라고 규정한다. 히브리어 네셰크(ךשׁנ)와 타르비트(תיברת)다. 네셰크가 11차례 활용되지만(신 23:20; 시 15:5) 더러는 두 낱말이 나란히 나오기도 한다(레 25:36-37; 겔 18:8, 13, 17; 22: 12; 잠 28:8). 두 단어는 보통 이자, 또는 고리(高利)를 뜻한다. 큰 차이 없이 동의어처럼 쓰이나 네셰크는 선이자이고 타르비트는 반대로 복리이자처럼 이자율이 눈덩이처럼 증가되는 경우로 설명하기도 한다.

<사마리아 오경>은 네셰크 대신 ‘카풀’(לופכ), 즉 ‘두 배’로 이자율을 제한하고 있다. 정착 생활이 아니라 유목 생활을 근거로 형성된 조항이기 때문에 이자율이 높았을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 분명한 것은 고대 가나안 지역의 이자율이 터무니없이 높았을 뿐 아니라 채권자의 횡포가 악독하여 벗어날 수 없었기에(잠 22:7) 언약책은 이자를 원천적으로 금지시킨 것이다. 미드라시는 네셰크를 마치 뱀이 무는 것과 흡사하다고 비유한다. 처음에는 물린 상처는 대수롭지 않고 통증을 못 느끼지만 점차 온 몸이 부어오르다가 급기야 목숨까지 위협받게 된다. 다시 말해 이자란 보이지 상처 같아서 신경 쓰지 않지만 이자가 결국에 채무자를 삼키고 만다는 강력한 경구다.

출애굽기의 ‘이자 금지’ 항목은 인도주의적인 관점에서 평가할 수 있다. 여기에 사용된 용어가 누구의 이해와 관점을 반영한 것인지 살펴보는 것은 중요하다. 예컨대 이자를 뜻하는 한자와 영어를 보라. 利子는 이로울 利와 어조사 子로 구성되어 문자적으로 ‘이로운 것,’ 또는 남의 돈을 빌려 쓴 대가로 취하는 ‘금전적 이득’을 가리킨다. 한편 영어 interest 는 양자 사이에 발생하는 법적 권리나 정당성을 뜻한다. 이자의 사전적 혹은 법률적인 의미보다 누구에게 유익하며 누구를 위한 정당성인지가 문제다. 그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채무자가 아니라 채권자의 이자(利子)이며 채권자의 권리(interest)를 대변하는 용어다. 네셰크의 사전적 의미는 ‘물어뜯다’지만 랍비들은 선이자와 연관해서 ‘물어뜯기다,’ 또는 ‘갉아 먹히다’는 수동적인 뜻을 읽는다. 왜냐하면 네셰크는 채무자의 입장에서 보면 이자의 희생자이기 때문이다. 히브리어 네셰크는 채무자의 용어다.

그렇다고 이자 금지에 대한 이해를 약자보호법이나 인도주의 관점에 머물면 그 정신을 정확히 헤아리지 못한다. 왜냐하면 언약의 책은 크게는 하나님과 이스라엘, 좁게는 이스라엘이 한 가족이라는 맥락을 놓치고 있기 때문이다. 출애굽기의 이자 금지 규정은 경제학 원론이나 재산증식의 전략과 거리가 멀다. 이스라엘은 하나의 공동체, 한 가족이라는 사실에 토대를 둔다. 본문에 “이자를 받지 말라”보다 “채권자(השׁנ) 같이 하지 말라”는 구문이 앞선다. 채권자는 빌린 돈을 갚지 못하면 채무자를 종으로 삼을 수 있는 막강한 권리가 주어졌다(왕하 4:1). 돈을 빌렸다가 갚지 못한 것 때문에 노예가 될 수 있다면 더 이상 계약 공동체가 아니다. 이자 금지 조항은 단지 사회경제적 약자를 보호하는 차원을 넘어 내 가족 중 누군가를 노예로 만들 수 있는 이자를 원천적으로 허용하지 않는 사회에 대한 염원이 반영된 것이다.

우리 전통 민속 중 윷놀이를 이자 금지 정신에서 들여다보면 매우 흥미로운 점이 관찰된다. 윷놀이의 민속적 가치나 전래 놀이문화를 평가절하 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다. 우선 윷놀이의 규정은 지나치게 승자 중심적이다. 예컨대 윷이나 모가 나오면 한 차례 순번에서 4걸음 또는 5걸음을 갈 수 있다. 윷놀이에서 최대치를 확보한 것이다. 눈여겨볼 점은 윷이나 모의 경우 기회가 한 차례 더 주어진다는 점이다. 그런가 하면 앞서던 말을 잡을 때 역시 마찬가지다. 강자 독식이다. 반대로 한 번 던져서 1걸음 곧 도가 났거나, 심지어 잡혔을 때는 아무런 보호 장치가 없다. 약자는 무방비 상태이며 나락으로 떨어지기 십상이다. 계약법전의 인도주의 정신을 살린다면 윷이나 모가 날 때가 아니라 도나 가던 말이 잡힐 경우 새로운 기회를 주는 것이 옳다.

언약책은 공동체에서 이자를 금지함으로써 채권자가 채무자를 노예로 삼을 가능성을 미리 차단하고 있다. 야웨의 통치가 실현되는 평등하고 아름다운 사회를 위한 머릿돌이다. “이자 없이 돈을 꿔주는 사람은 모든 계명을 지킨 것과 같다.”<Exodus. R. 31.4>

김창주 교수 webmaster@kidokline.com

<저작권자 © 기독라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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